2011-10-04 14:23
[가사-8]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막강한쌤



저는 도시를 벗어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자연'스러운 것들이 무척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자연이 변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옷차림으로 알게 되지요. 

며칠 전 서울에서 조금 벗어나니 노란 들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들판의 모습을 보니 '이것이 황운(黃雲)이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끝나고, 들판에는 어느새 착실하게 가을이 와 있었습니다.

예전 사람들은 자연에 기대어 살았습니다.
절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아주 쉬운 일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달력이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언제 씨를 뿌리고 거두어야 하는지, 모두 날씨만 가지고 알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생긴 것이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입니다.
월령체의 노래는 매달 세시풍속이나 해야하는 일을 내용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은 농가월령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농가월령가는 전체 13장으로 된 월령체의 장편가사로 월령에 따라 농가에서 해야 할 일과 세시풍속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순조16년(1816년)에 정학유가 지은 작품으로 월령가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당시 농촌의 풍속을 연구하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있습니다.

전문은 상당히 긴 장편으로 주로 정월령이나 팔월령이 주로 나옵니다.
오늘은 '황운'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팔월령만 함께 보도록 합시다.
참고로 농가월령가에서 말하는 8월은 양력 8월이 아니라 음력 8월입니다.
추석을 전후로 하여 가을의 특징과 세시 풍속, 할 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농사의 내용과 세시풍속이 등장라고 농업기술의 보급을 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민이 그 스스로의 생활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너무도 교훈적인 것이 많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즉, 농촌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나 풍속을 중심으로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죠.
서술자는 지시와 교훈을 내리는 입장에 서 있는 인물이에요.

절기 소개는 감탄형 종결어미 <-로다>를 사용하고, 농사일은 명령형 종결 어미 <-하라, -하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13장으로 된 월령체. 각 장의 구성 형식이 같은 형식입니다.
(절기 소개 - 그 달에 대한 작가의 정서( 그 달의 정경 묘사) - 농사일 - 세시 풍속)

이 노래는 우리가 앞서 다룬 동동과도 비슷한 형식입니다.
(기억이 안나면 동동을 다시 찾아보세요.^^)
형식면에서는 월령체로 비슷하지만 내용상에서는 동동은 임에 대한 연모의 정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농가월령가는 농가의 실생활을 노래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본문을 함께 봅시다.  ^^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 팔월령(八月令)

八月이라 仲秋되니  
白露秋分 節氣
로다
北斗星    자로도라  
西天
     가르치네
선선한      조석기운  
秋意      완연하다
귀또라미   말근소리  
壁間      들리노나
아침에      안개끼고  
밤이면      이슬나려

여물드러   고개수거
西風     익는빛은
黃雲
      이리난다

팔월이라 중추되니 백로와 추분이 있는 절기로다. 북두칠성 자루도 서쪽을 가리키니(가을철이 되니) 서늘한 아침 저녁 기운은 가을다운 기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음 소리는 벽 사이에서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모든 곡식을 여물게 하고 만물의 결실을 재촉하니, 들 구경 돌아보니 힘들어 일한 일의 공이 나타나는구나. 모든 곡식의 이삭이 패고 열매 익어 고개 숙여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익는 빛은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의 물결이 일어난다.
▶8월 절후의 특징

白雪
가튼  면화송이
珊瑚가튼  고초다래
첨아에     너럿스니
가을볕     명랑하다
안팟마당  다까노코
발채망구  장만하소
면화따는  다라끼에 
수수이삭  콩가지오

나무꾼     도라올제
머루다래 
山果로다
뒷동산     밤대초는
아희들     세상이라
알암도     말리어라
철대여     쓰게하자
백설 같은 목화 송이, 산호같이 빨간 고추 다래를 집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 볕이 맑고 밝다. 안팎 마당 닦아 놓고 발채와 옹구를 마련하소. 목화송이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 콩가지오. 나무꾼 돌아올 때에 머루 다래 산과실이로다. 뒷동산 밤, 대추는 아이들 세상이라. 알밤 모아 마리어라. 철 맞추어 쓰게 하소.
▶8월의 밭농사와 산과실

명지를    끈허내여

秋陽    마전하야
쪽므리고 잇드리니
靑紅    색색이라
父母  年滿하니
壽衣    유의하고
그나마    마루재아
子女  婚需하세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볕에 표백하고 남빛과 빨강으로 물을 드리니 청홍이 색색이로구나.. 부모님 연세가 많으니 수의를 미리 준비하고, 그 나머지는 마르고 재어서 자녀의 혼수하세.
▶옷감 장만하기


집우에     구든박은
요긴한      기명이라
댑싸리      비를매여
마당질에   쓰오리라
참깨들깨   거둔후에
중오려      타작하고
담배발     녹두말을
아쉬어     作錢하랴
장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것  잊지마소
북어쾌     젓조기로
秋夕名日  쉬어보세
新稻酒
     오려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先山
     祭物하고
이옷집     난화먹세
지붕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대싸리로 비를 만들어 타작할 때 쓰리라. 참깨 들깨를 수확한 후에 다소 이른 벼를 타작하고 담배나 녹두 등을 팔아서 아쉬운 대로 돈을 만들어라.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와 젓조기를 사다가 추석명절을 쇠어 보세. 햅쌀로 만든 술과 송편, 박나물과 토란국을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이웃집이 서로 나누어 먹세.
▶가을걷이와 추석쇠기


며느리     말미바다
본집에     근친갈제
개자바     살마얹고
떡고리며  술병이라
초록장옷  반물치마
단장하고  다시보니
여름동안  지친얼골
소복이     되엿느냐
中秋夜     발근달에
지기펴고  놀고오소
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에 근친 갈 때에, 개를 잡아 삶아 건지고 떡고리와 술병을 함께 보낸다. 초록색 장옷과 남빛 치마로 몸을 꾸미고 다시 보니, 농사 짓기에 지친 얼굴이 원기가 회복되었느냐. 추석날 밝은 달 아래 기를 펴고 놀다 오소.
▶며느리의 근친 나들이


금년할일  못다하야
명년게교  하오리라
밀대비어  더운가리
모맥을     秋耕하세
끝끝히     못이거도
급한대로  걷고갈소
人功     그러할가
天時     이러하니
반각도     쉴새업시
마치며     시작느니
금년에 할 일을 다 못했지만 내년 계획을 세우리라. 풀을 베고 더운가리하여 밀과 보리를 심어 보세. 끝까지 다 익지 못했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갈소. 사람의 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 현상도 마찬가지이니, 잠시도 쉴 사이가 없이 마치면서 다시 새로운 것이 시작되도다.
▶가을갈이에 힘씀  

[잡가-2] 유산가(遊山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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